Freewill: 2009

채용공고에 무수히 나오는 말이 "회사내규에 따름"이다.

혹시 정확히 월급 얼마나 받는지, 취직하면 어떤 규칙을 따라야 하는지 규정하고 있는 내규 내용을 다 설명듣고 (아니 하다못해 그런게 내규에 규정되어 있다는 것을 알기나 하고) 취직하거나 전직하는 사람들이 몇이나 될까?

내가 생각하기에 내규란 것은 회사가 일방적으로 정하는 내용이고 구성원들의 동의과정을 적절히 거치치 않으면서도 자신(사장이나 소유주 등)이 원하는대로 노동자 혹은 소비자들의 권리를 제약해 놓고 나중에 재판 과정에서도 "여기 쓰여있쟎아" 하며 들이미는데나 쓰이는 물건이다.

내규를 알지도 못하고 회사에 취직하거나 회사 서비스에 가입했는데, 나중에 내규를 들이밀면서 '여기 쓰여있쟎아'하고 회사에서 나오면 참 황당할 것이다.

회사내규 빼고 대한민국 어디에 이런 무식한 규칙이 있는가. 법률은 국민의 대표가 정하고, 하다 못해 행정부서의 시행령도 형식적이나마 공고 등의 '국민적 동의' 과정을 거친다.

인민들 혹은 주민들의 동의가 없는 법률이나 조례는 있을 수 없다 --> 이건 왕정 혹은 독재국가와 민주국가를 가르는 중요한 전제 아니던가?

그런데도 노동자 혹은 소비자에게 무지무지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내규란 것이 이렇게 동의과정도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만들어지고 나중에 재판 과정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건 무척 한탄스런 일이다.

어제 헌법재판관이 '법률이 헌법을 따라가야 하는데 반대로 헌법이 법률을 따라가는 경향이 있어 문제다'고 했다는데

이건 법률도 시행령도 아니고 회사에서 멋대로 만든 내규들이 수많은 개인들을 법적으로 제약하고 있는 형국이니

그 심각성은 이만저만한 것이 아니다.

지금이라도 내규라는 것의 법률적 효력을 없애야 한다.

그러면 법이나 조례 시행령으로 규정할 수 없는 회사-개인 관계를 어떻게 미리 규정할 것인가?

그건 바로 계약이다.

피고용자나 소비자는 내규내용을 모두 미리 열람하였다고 서명할 뿐 아니라 그 수많은 내규 중 주요부분 (예컨데 한번이라도 구성원에 의해 이의제기가 된 적이 있거나, 자주 질문의 대상이 되었거나 재판 등 법적 시비의 대상이 되었던 내규들, 또 고용이나 환불 등 당연히 주요한 내용을 규정하는 내규들)에 대해 따로 간단한 설명을 듣고 (온라인으로도 할 수 있고... 방법은 많다) 설명 들었다는 서명을 해야

비로소 고용계약이나 서비스 계약이 이루어졌다고 법률로 규정해야 한다. 앞으로는 그렇게 개인적 동의를 거친 내규만이 비로소 법률적 효력이 있다고 봐야 한다.

그래야 회사도 노동자들이나 소비자들이 받아들이지 못할 내용을 내규로 만들지 않게 되고

사회적으로도 시시비비를 가리는 비용이 줄어들게 될 것이다. 최소한
회사는

"여기 이런 내용 있을 줄은 몰랐지?" 하며 웃고 소비자나 노동자같은 개인이

"이럴 줄은 몰랐는데 당했다" 하며 우는 사태들은 없어질테니 말이다. 그렇게 당하면 너무 억울한 것이 인지상정이고 이판사판으로 재판걸고.. 뭐 이렇게 되는거 아니냔 말이다.